
.........이 책에 대해서 코멘트를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좀 고민했습니다.
20대 담론 책들을 뒤적뒤적하다 알게 된 책이긴 한데, 남들이 맨날 빌려가서(....) 못보던 책이라 반년도 한참 넘어서야 읽게 되었네요. 이 책을 읽기 전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책을 읽었건만, 친구 책만 아니었다면 그냥 태워먹고 싶었습니다(....)
'지금 니가 아픈 게 맞으니까 잘 일어서라'고 어루만지는 저자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은 탓도 있었습니다.
제가 듣고 싶은 건 어설픈 위로가 아니었습니다.
마쓰모토 하지메의 책에서, 아마미야 카린의 책에서, 우석훈의 책에서 느낀 감정들과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들이 말하던 이야기는 '움직여라!' 혹은 '즐거운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동력이 느껴졌거든요.
물론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잘 쓴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 순응적인, 덤덤한 자기 현실의 처세에 관한 이야기라 아쉬운 점이 들더군요.
뭐.. 이러나 저러나 엄기호씨 글은 저자의 시점이 '열려 있다'는 점이 참으로 마음에 들어요.
20대가 썼던 '요즘 젊은것들'의 경우는 in서울이 대다수인데다 하이스펙인 자들의 이야기들이라 좀 동떨어지는 감이 있었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저자의 향수와 희망고문(...)이 대다수였고, 마쓰모토 하지메의 책은 저자가 혼자 신나서 달려나가는 감이 있었거든요. 엄기호씨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기보다는 '20대가 증언한 것'을 보조설명하는 수준에 그치려 합니다. 책의 저자는 엄기호 혼자로 표기되지만, 책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엄기호가 듣거나 본 20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20대의 증언'을 '증언'하는 '증언자'의 '증언자'의 시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금 20대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인용'하고 감상을 덧붙이지만, 20대의 이야기를 충실히 증언하고 있는 점이 그나마 차선이 아닌가 싶네요.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사람이 '열린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배운 후에 부족함을 알고, 가르친 후에 어려움을 안다'는 유교의 문장을 가장 좋아하지만, 동시에 이 문장대로 행할수록 '내가 열릴 가능성'을 닫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몇년 전에 동아리 선배와 술자리를 가지던 중 충고를 들었습니다. '너는 상대를 내리찍으려는 경향이 있으니 주의해라'. 몇년동안 그걸 조금이라도 고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생각했건만 현실은 아니더군요. 배울수록, 사람들과 이야기할수록, 내 가치관을 적립할수록 대상을 바라보는 눈이 고정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열린 취미'를 가지는 것을 지향점으로 잡지만, 현 위치는 그저 識으로 끝날 뿐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사람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은 열려 있는가'하는 점입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보일수록 대화하기 편하고, 유의미해지더군요. 특히나 책의 경우 저자가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할수록, 책이 주는 의미가 풍부해집니다. '좋은 책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완성되지 않기에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는 점은 양날의 검이기에 조심할 필요는 있습니다. 성질 급한 분들은 그런 책일수록 읽기 싫어하지만, 인문학은 가능성의 고려하는 것 역시 중요한 지점이니까요.
어느센가 책과는 좀 다른 감상으로 새어버렸습니다만, 제 기억은 정확한 내용보다 이미지 위주의 기억인지라 감상을 쓰는데는 좀 맞지 않는 감도 있네요. 애시당초 책을 읽고나서 한참 늦게 쓰는게 애로사항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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