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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거리-소일거리

遊蟲說

경찰학교에서 야외수업을 받던 때의 일이었다. 체육관에서 바깥의 농구코트로 옮겨가던 중에, 잠자리 한 머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때 멍-하니 쳐다보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잠자리는 계속 날개를 퍼덕이면서 자신이 앉을 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앉아있던 시간보다도 더욱 오래 날개를 퍼덕였다. 저렇게 계속 하다가는 지치지 않을까 생각도 했으나, 그래도 잠자리는 계속 날고 있었다. 어느세 난 잠자리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잠자리는 저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그 날 밤, 경계를 서다가 초소 밖의 불빛에 모여 있던 벌레들의 무리를 보았다. 계속 날아들던 그 무리들을. 그 때 비로소 무언가가 느껴졌다. 벌레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던 것이었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그들은 불빛에 모여들고 있었다. 단지, 불빛에 모여드는 순수한 본능. 다음날 가로등의 유리 속에서 벌레들의 시체를 보았지만, 그들이 불쌍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부럽게만 느껴졌다. 순수하게 하나만을 찾아가는 그들, 이 얼마나 가련하면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가.
우리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나고서도 이들만큼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적이 있는가. 자신이 나아갈 길을 선택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이 나아갈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면서도, 자신이 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우리들은... 그들보다도 못한 존재이지 않을까.
꼭 거창한 목표를 잡지 않아도 괜찮다.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하나의, 단 하나만의 길이라도 밀고 나아간다면 우리는 자신이 태어난 목적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단지, 하나만을 위해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태어난 목적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을까. 하나의 흔적, 살았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흔적을 강렬하게 남기기 위해서 바둥대고, 티격태격하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뭐랄까요. 센티하게 써 봤습니다만, 발단은 간단했는데 말이죠 'ㅅ'....
~~설. 이라고 해서 고전수필의 형식을 빌려 썼습니다만, 원체 기억나는 것이 없다보니 대충대충 가버리고 현대수필로 전도된 느낌도 드는군요 -ㅅ-;
어쨌든 그냥 한번 써 보고 싶던 이야기. 경찰학교에서 느낀 하나의 경험담으로 쭈욱 써본겁니다.

....뭐, 지금은 추석특박인 덕에 쓰고 있습니다만, 얼마나 쓸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더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귀대시간이 아침이다 보니 밤동안 쭈욱 쓸 듯 싶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