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삽질거리-소일거리

개인적인 모에(萌え)론.

이 글을 쓴 이유는 조만간 쓸 리뷰인 괴물이야기(원제 : 바케모노가타리)의 2장, 하치쿠지 마요이 파트에서 '토레(湯れ)'표현 때문에 조금 개인적인 잡상을 정리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따로 때놓고 쓸 글거리는 아니지만 최근 인문학 책에서 '모에'라는 표현이 나왔기에, 같이 읽는 분들께 개념의 기본정립을 위해 조금 썼습니다.

참고한 사이트는 엔젤하이로위키(통칭 엔하위키, 국내에서 오덕한 자료 정리가 가장 잘 되어 있습니다.)이며,
기억에 의존한 부분이 다수 존재하기에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1. 모에의 정의

기 본적으로 '모에'란 "어느 특정한 대상에 대한 열광, 혹은 화자가 열광하는 대상의 매력을 가리키는 말. 실제 회화에서는 여러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폭넓은 말로 정확한 정의는 어렵다"고 엔하위키에 기술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도 정확한 개념을 정립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죠.

2. 모에의 유래에 관한 설

모에에 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옛날에는 3개 정도로 정리되어 인정되었습니다.
(1) 어떤 캐릭터의 이름이 '모에'였는데, 이것이 보편화되어 정착되었다.
(2) 90년대까지의 '燃え'가 '萌え'로 바뀌어 적용되고 있다.(둘 다 발음은 '모에'로 같습니다)
(3) '萌え' 자체의 뜻인 싹트다, 움트다 등의 의미를 확장 해석한 것이다.

엔하위키에서는 역사적, 문화컨텐츠로의 모에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1) 의 설에 관해서는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2000년대 초반에 흘렀던 담론이기는 하지만, 1980~2000년대 애니를 이리저리 봐도 '모에'라는 캐릭터의 유명세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2000년 이후의 애니에서 '모에'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들이 일부 등장하지요. 모에라는 말이 그렇게 유행했다면 분명히 원조가 된 캐릭터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름난 캐릭터들 중에서는 모에의 '모'도 찾기 힘듭니다(.....)

(2)의 설에서는 시대적 흐름과 함께 변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燃え라는 표현은 주로 로봇물이나 열혈물에서 사용했던 단어였고,
2000 년 이전의 애니메이션은 '주연 캐릭터'의 서사에 촛점을 맞추었고, 2000년 이후부터는 개개인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서사가 짜이게 됩니다.(90년대는 둘 사이의 혼합기로, 일종의 과도기로 보셔도 됩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오타쿠 생활을 한 이들은 '90년대야말로 만화산업의 절정기였다면서 그리워하죠.) 서사 위주의 진행이 인물 위주로 넘어왔고, 1992년 미소녀 1995년 에반게리온의 성공은 '캐릭터 산업'에 불을 붙이는 좋은 '잘 만든 캐릭터'로 승부하고 캐릭터 개개인에게 별도의 설정이나 서사를 붙이고, 모든 캐릭터가 고루 살아나서 하나의 '재미'로 기능하도록 합니다.

(3)의 설은 사실 "로리콘들이 아직 어린 소녀를 '어린 잎이 싹틀 무렵'이라고 칭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로리콘설"에서 조금 파생한 겁니다(...) 萌え 자체의 뜻은 '싹트다, 움트다'같은 것입니다. 저는 이 뜻을 가장 쉽게 보여주는 단어로 '패티쉬'를 꼽습니다. 개인에게 새로운 '취향'의 선택을 보여주기 때문이지요.(오타쿠중에 대다수가 남자라는 것도 어느정도 들어가긴 합니다만.. -_-) 실제로 萌え를 가장 많이 쓸 수 있는 예는 캐릭터의 '특정 부분'에 환장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게 들어갑니다.

3. 모에의 유형
현재 모에가 사용되는 것은 주로 '캐릭터'(주로 여성)의 특정 영역에 대해서 환장하는 겁니다.

예시 )

        동사    : A는 B에게 모에하다. B는 A에게 모에되다.
        명사    : 트윈테일모에
        형용사 : 모에한 B
        감탄사 : (특정 상황에서 감동을 느낄 때) 모에!!

일반적으로 어지간한 영역이 모에로 들어가는데, 다음의 예는 일부분의 코드입니다.
한국에서의 일부 예를 들자면 곱등이도 존재하고, 조금 희귀하지만 '정당' 모에화도 존재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타쿠들 사이에서는 육체적/성격적인 면에서 모에를 많이 느낍니다.

육체적 : 거유/빈유/로리/누님/머리색/헤어스타일
성격적 : 츤데레/얀데레/천연/백치미/청순/열혈/발랄

육 체적인 부분은 개인의 취향에 크게 영향받지만, 성격적인 면에서는 현재 츤데레(ツンデレ)가 꽉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갑자기 확 떠올랐습니다. 간단하게는 차도남의 여성버젼(난 차가운 도시여자, 그러나 내 남자한테는 따듯하겠지)으로 보는것이 무방하며, 파생으로는 메가데레, 보코데레, 쿨데레 등이 있습니다.(사실 파생부분은 츤과 데레의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기 때문이라 보셔도 무방합니다)

츤데레는 겉으로는 튕기지만 알고보면 따스하고 정많은(...)부류로, 적당한 말은 새침데기입니다. 국내에서는 NHK에 어서오세요!에서 '새침부끄'로 번역했고, 보통은 고유명사로 취급하여 적고 주석을 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사실 발음법으로 따지면 '쓴데레'가 맞는 발음이나, ツ의 발음은 tsu로 '츠'나 '쓰'로 읽지만, 첫음은 '쓰'로 읽는게 맞습니다. 그러나 보기나 읽기나 불편해서 국내 오타쿠들은 관용적으로 '츠'로 씁니다.) 최근에는 캐릭터의 외형에서도 다양한 요소를 찾아보기 쉽도록 장치를 넣어두고 있는데, 츤데레의 경우는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꼭 이렇지만은 않지만, 이 중의 몇가지 요소를 가지면 츤데레일 가능성이 확 늘어납니다.
(보통은 금발이나 트윈테일, 주역이거나 특정 성우가 들어가면 츤데레임을 예상 가능할 수준입니다)

츤데레의 대표 대사라 하면 역시 "벼, 별로. 너따위를 위해서 한 게 아니니까!"를 꼽겠네요.

츤 데레의 모에 포인트는 일종의 '갭' 때문인데, '쌀쌀한 상대가 알고보니 애교가 넘쳐 흐르더라!'는 두 가지 모습의 차이점점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확 끌어당기기 때문이겠지요. 국내 드라마의 '나한테 이런사람 처음이야'로 반하는 유형과 비슷하게 보시면 됩니다(...)


4. 개인적 견해

개인적으로 모에에 관한 견해는 3에서 말했듯이 일종의 패티쉬입니다.
'내 마음 속에서 새로운 취향이 피어났다!'는 의미, 새로이 도착할 수 있는 요소가 생겼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성적인 의미가 포함될 때도 있지만 크게는 '취향'에 가까운 도착증이지요.
가볍게는 '선호하는 기호'라고 보시는 것도 타당하겠네요. 심하게는 '목숨을 거는 요소'(......)

덤으로 전 '안경소녀'와 '파란색', '포니테일', '로보트'가 모에요소입니다.
(파란색의 경우 파란색 머리카락이나, 파란색 옷이나 장신구, 파란색이 주로 나오는 메카라던가...)

일본의 유명 라이트 노벨 작가인 니시오 이신의 작품, 괴물 이야기에서는 토레(湯れ)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 글을 쓰게 한 근원이기도 하지요... -_-)
토레는 물이 끊는 것을 뜻하는데, 그만큼 격렬하게 타오른다는 '모에(燃え)'의 의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 싹트는 것보다 끓어 넘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작중 캐릭터의 이야기는 나름 신빙성이 있긴 합니다만, 표현이나 어감상이나(모에는 울림소리라 발음이 부드러운 편입니다) 모에쪽이 나았고, 모에만큼의 보편성을 지니지 못했기에 토레의 보급은 실패했습니다. 괴물이야기 자체는 상당히 대성공을 거뒀는데 말이죠.


p.s
교육부(현 교육인적자원부) 영문표기는 Ministry Of Education이고, 앞글자를 따서 홈페이지 주소를 moe.go.kr로 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덕후들 사이에서는 공공기관에 음모가 있다느니(....) 모에인적자원부니 하면서 즐기고 있습니다.

p.s 2
개 인적 모에요소를 들 때 몇가지 언급했습니다만, 현재 목표는 '모든 패티쉬를 가지는 것'인지라 잡식성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몇몇 요소 빼고는 어지간해서 왜 모에포인트이고 좋은지를 거의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덤으로 올해의 모에적성검사에서는 편향된 취향이 거의 없다고 나오더군요. 일명 '모에 평등 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