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에 철학고전읽기라는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철학자가 쓴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과제가 있지요.
덕분에 이런저런 마음만 먹고 있던 원서들을 별 수 없이 봐야 합니다.
그렇게 처음 읽은 것이 소크라테스의 변명. 인물명은 소크라테스지만 저자는 플라톤입니다.
왜 이런건가 하면 조금 설명을 해야되는데, 소크라테스는 저작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으나 '불경죄'와 '청년들을 타락'시킨 죄로 죽습니다.
덤으로 서양철학자 중에서 자기의 신념 때문에 죽은 철학자는 둘 뿐인데, 그 첫번째가 소크라테스입니다.
두번째는 중세에 한명 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뭐, 그런 소크라테스의 기록은 제자인 플라톤이 쓴 '대화편'이라는 여러 저작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전 그 중 크리톤 하나만 읽은지라..)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소크라테스가 불경죄와 청년들을 타락시킨 죄 때문에 재판에서 자신에게는 죄가 없다는 것을 변론하는 것입니다. 이 다음에 '크리톤'으로 이어지긴 하는데, 거기까지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사실 초반부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우리가 보통 소크라테스에 대해 잘 아는(윤리시간에 배우는) 그러한 내용들이 상당히 잘 드러나지요. 왜 자신이 '지혜로운 자'인가, 또한 자신이 어떻게 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가의 내용을 잘 이야기하였고, 말도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당시 아테네는 민주주의였던지라 배심원제도를 사용했는데, 여기서 우선 유죄/무죄 판결을 내고, 유죄인 경우 어떤 벌을 내놓는가를 논의하게 됩니다. 유죄 판결이 날 때까지 소크라테스가 보여주는 자세는 훌룡하기 그지 없습니다. 자신의 사상을 잘 녹여내면서, 모순없이 상대들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정의는 승리한다는 말이 어울립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유죄'를 받았고, 여기서 자신이 어떤 벌을 받아야 하는가 이야기하는데, 여기서부터 몰락이 시작됩니다. '거만하다'는 이야기로 보통 알려져 있습니다만, 도가 너무 지나쳐요.
간단히 말하면 '난 님들한테 공헌했으니까 날 국가급 위인으로 만들어주셈'
......음? 유죄를 받고 상타먹으려는 얌체가 요기잉네?
그 이후에 자신이 받을 형벌의 종류에 하나하나 토를 다는데, 그게 가관입니다. 벌금형 부분이 정점을 달리는데, 거지라고 은1므나(므나의 기준은 모르겠습니다만, 느낌상으로는 5만원정도)의 벌금을 요구합니다. 그리고는 플라톤 등등이 '님 그럼 죶망임 30므나로 정정하라능!' 해서 바로 말바꾸는 어이없는 삽질(...)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가 떨어지듯이, 그는 순식간에 떨어져버리고 맙니다. 이부분은 너무나 실망. 결국 사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ㅇㅈㄴ
크리톤을 보면 다시 조금 나아지기는 하지만, 변명 속에서는 별로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습니다. 초반의 멋진 변론과 후반의 비굴함. 이것이 너무 대조적으로 드러나면서 이 작품은 하나의 괴리를 부여합니다. '이런 멋진 사람을 죽인다니, 말이 되는 헛소리냐!'는 말이 '죽어도 싸지'로 바뀌었습니다. 막말로 하면 싸가지 없는 사람이고. 좋게 말하면 마지막엔 자기 믿음을 저버린 존재로 보입니다.자신이 그간 이룩한 높은 탑을 순식간에 무너트리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거죠. 후대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로마에서는 '자신을 추천하는 것을 가장 불명예스럽게' 여겼습니다. 로마가 그리스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것으로 보아서 그리스도 그럴 가능성이 좀 있긴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성인의 영역으로, 국가위인의 영역으로 올라서려 한다니요. 그것은 자신이 평생 말했던 '저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자신에게 되돌리는 이야기가 되지요.
그렇게, 세계를 처음으로 바꾼, 인문학의 싹을 만든 이는 서럽게, 당당히 갔습니다.
이 다음으로 읽은 책은 방법서설인데... 이건 뭔가 썰을 풀기 애매모호하네요. 그래도 어떻게 쓸 수 있도록 해봐야겠(먼산)
P.S 신만세가 애니화된다는 링딩돋는 괴담이 들려옵니다.
덕분에 이런저런 마음만 먹고 있던 원서들을 별 수 없이 봐야 합니다.
그렇게 처음 읽은 것이 소크라테스의 변명. 인물명은 소크라테스지만 저자는 플라톤입니다.
왜 이런건가 하면 조금 설명을 해야되는데, 소크라테스는 저작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으나 '불경죄'와 '청년들을 타락'시킨 죄로 죽습니다.
덤으로 서양철학자 중에서 자기의 신념 때문에 죽은 철학자는 둘 뿐인데, 그 첫번째가 소크라테스입니다.
두번째는 중세에 한명 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뭐, 그런 소크라테스의 기록은 제자인 플라톤이 쓴 '대화편'이라는 여러 저작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전 그 중 크리톤 하나만 읽은지라..)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소크라테스가 불경죄와 청년들을 타락시킨 죄 때문에 재판에서 자신에게는 죄가 없다는 것을 변론하는 것입니다. 이 다음에 '크리톤'으로 이어지긴 하는데, 거기까지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사실 초반부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우리가 보통 소크라테스에 대해 잘 아는(윤리시간에 배우는) 그러한 내용들이 상당히 잘 드러나지요. 왜 자신이 '지혜로운 자'인가, 또한 자신이 어떻게 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가의 내용을 잘 이야기하였고, 말도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당시 아테네는 민주주의였던지라 배심원제도를 사용했는데, 여기서 우선 유죄/무죄 판결을 내고, 유죄인 경우 어떤 벌을 내놓는가를 논의하게 됩니다. 유죄 판결이 날 때까지 소크라테스가 보여주는 자세는 훌룡하기 그지 없습니다. 자신의 사상을 잘 녹여내면서, 모순없이 상대들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정의는 승리한다는 말이 어울립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유죄'를 받았고, 여기서 자신이 어떤 벌을 받아야 하는가 이야기하는데, 여기서부터 몰락이 시작됩니다. '거만하다'는 이야기로 보통 알려져 있습니다만, 도가 너무 지나쳐요.
간단히 말하면 '난 님들한테 공헌했으니까 날 국가급 위인으로 만들어주셈'
......음? 유죄를 받고 상타먹으려는 얌체가 요기잉네?
그 이후에 자신이 받을 형벌의 종류에 하나하나 토를 다는데, 그게 가관입니다. 벌금형 부분이 정점을 달리는데, 거지라고 은1므나(므나의 기준은 모르겠습니다만, 느낌상으로는 5만원정도)의 벌금을 요구합니다. 그리고는 플라톤 등등이 '님 그럼 죶망임 30므나로 정정하라능!' 해서 바로 말바꾸는 어이없는 삽질(...)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가 떨어지듯이, 그는 순식간에 떨어져버리고 맙니다. 이부분은 너무나 실망. 결국 사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ㅇㅈㄴ
크리톤을 보면 다시 조금 나아지기는 하지만, 변명 속에서는 별로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습니다. 초반의 멋진 변론과 후반의 비굴함. 이것이 너무 대조적으로 드러나면서 이 작품은 하나의 괴리를 부여합니다. '이런 멋진 사람을 죽인다니, 말이 되는 헛소리냐!'는 말이 '죽어도 싸지'로 바뀌었습니다. 막말로 하면 싸가지 없는 사람이고. 좋게 말하면 마지막엔 자기 믿음을 저버린 존재로 보입니다.자신이 그간 이룩한 높은 탑을 순식간에 무너트리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거죠. 후대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로마에서는 '자신을 추천하는 것을 가장 불명예스럽게' 여겼습니다. 로마가 그리스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것으로 보아서 그리스도 그럴 가능성이 좀 있긴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성인의 영역으로, 국가위인의 영역으로 올라서려 한다니요. 그것은 자신이 평생 말했던 '저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자신에게 되돌리는 이야기가 되지요.
그렇게, 세계를 처음으로 바꾼, 인문학의 싹을 만든 이는 서럽게, 당당히 갔습니다.
이 다음으로 읽은 책은 방법서설인데... 이건 뭔가 썰을 풀기 애매모호하네요. 그래도 어떻게 쓸 수 있도록 해봐야겠(먼산)
P.S 신만세가 애니화된다는 링딩돋는 괴담이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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