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려 했건만, 갈수록 스포일러가 늘어나네요.
이 점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D
간만의 책 이야기입니다. 현재 포스팅 거리가 이리저리 밀린지라 정줄을 놓고 있습니다만(....)
우선 PSP쪽으로 3개쯤 쓸 게 있고, 책도 두세권쯤 있고, 에로게도 2개쯤 더 있군요.
글을 작성하는데 들이는 시간이 너무나 빠듯해서 블로그에 올라오는게 늦는게 안습 그 자체입니다만.(먼산)
이번 글을 읽은 것은 잼프 콘서트 가면서 심심풀이로 읽을 거리가 필요해서 챙겨갔었는데, 잼프 콘서트를 보고 나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읽었습니다. 너무나 잠이 안오더군요(....) 역시 2층이라 편하게 피로감도 덜했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덧. 저 안의 인물들을 다 알아보신다면 그대도 노땅... ㅇㅈㄴ)
바틀비 이야기는 우리에게 '백경(흰 고래, 원제는 Moby Dick)'으로 잘 알려진 인물, 허먼 멜빌의 단편작입니다. 1
분량도 그렇게 길지 않아 부담없이 볼 수 있습니다만, 내용에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면이 많지요.
간략하게 이야기 소개를 하면 주인공은 월 가에서 사무실을 연 변호사이고, 자신의 필경사(글을 베껴적는 직업을 하던 이들, 복사기가 없던 시절에는 손으로 베껴적는 수 밖에는 없었으니까요)들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새로이 필경사를 뽑는데, 이가 바틀비이며, 그는 지극히 성실하고 온순한 사람이었으나, 한 가지 기행을 보입니다. 그것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면서 필사 외의 작업을 거부한다는 점.
그로 인해서 주인공과 다른 필경사들은 당황하고, 어느센가 바틀비를 '필경만 하는'존재로 놔둡니다.
그러나 그 이후 바틀비는 필경사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사무실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무엇을 말하든, 지시하든 간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는 말밖에 하지 않습니다.
이후에 이야기가 좀 더 있습니다만, 그것은 본편을 읽으실 분들의 재미로 남겨 두겠습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당혹감을 주는 요소는 바틀비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애매모호한 태도 때문입니다.
우리는 삶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바틀비는 이 선택을 '포기'하고, 어느 것도 '고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요. 이 소설을 소개해주신 선생님은 이 선택을 프란츠 카프카의 '돌연한 출발'같이 생각하시는데, 이 작품을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듯 하여 인용합니다.(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은 작품이라...)
우리의 삶에서 우리는 자신의 의지로 선택했다고 생각한 수많은 결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정말로 '나의 의사로 결정한 일인가'라고 한다면, 우리는 주변의 수많은 상황까지 고려하면서 그 결정을 내린 겁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고려했던 수많은 상황은 우리가 그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는 일종의 권력일수도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바틀비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면서 자신에게 개입하는 힘들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 결과 바틀비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억압에서 벗어난 그는 충분히 멋지게 살다 간 영웅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항유'이며, '소극적 자유를 벗어난 적극적 자유의 실천'이니까요. 다만 바틀비가 그 과정에서 행했던 많은 민폐들은 눈쌀이 찌푸려질 수 밖에 없지만요.
바틀비에 대해서 찬사를 늘어놨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바틀비가 못마땅하게 보입니다.
저도 일단은 속물(...)이고, 미묘하게 보수쪽에 가까운 사람인지라 그의 행동에서 가장 납득하지 못할 것은, 그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를 절대 자신의 입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상식 선에서는 하기 싫은 이유정도는 말해주어야 다른 사람들도 '아, 그렇구나'하고 존중하거나,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바틀비는 이 모든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 단편을 읽으면서 바틀비가 [떼쓰는 아이]로 밖에 비치지 않았습니다.
징징대는 초글링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그저 민폐만 끼치는 악영향의 온상이 아닌가.
작가의 의도라 할지라도, 책을 읽고 이해하는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기 그지 없지요.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니, 어느 산골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무녀도 아니고(...) 보면 볼수록 당혹감을 느끼는 세계입니다. '그러고 싶지 않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바틀비. 우리는 과연 그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칭송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을 거부하고, 세계와 단절되려고 하는 '이물질'에 가까운 그를, 우리의 상식이라는 틀로 과연 쉽사리 이해할 수 있.을.까.요?
멜빌에 이어 실존주의에서도 이런 문제를 조금 다루긴 했습니다. 까뮈의 '이방인'에서 말하는 주인공은, 너무나도 세계의 상식에서 단절되어, 흡사 '자신이 그 속에 있으나 그 속에서 소외된' 이야기를 보여주니까요. 시간이 되면 샤르트르가 쓴 소설도 읽어봐야겠는데....
당장 마르크스 공개강연 때문에 마르크스 관련 책만 3권 읽어야 할 처지입니다. 물론 들으러 가는 겁니다만, 질문하려면 그 내용을 알기는 해야겠지요. 세계를 바꾼 3대 지식인중 한명이니(....) 그리고 그 다음에는 쇼펜하우어의 인생론과 감정노동을 읽어야 됩니다 ㅇㅈㄴ 그 외에 일하면서 취미로 읽는 모 역사책도 한권 있는지라....
이러쿵 저러쿵 하나 다음 책 이야기는 베스트셀러인 [그 책]이 되겠군요. 왜 그따위 책이 베스트셀러인지 아직도 이해는 안갑니다만..........
이 점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D
간만의 책 이야기입니다. 현재 포스팅 거리가 이리저리 밀린지라 정줄을 놓고 있습니다만(....)
우선 PSP쪽으로 3개쯤 쓸 게 있고, 책도 두세권쯤 있고, 에로게도 2개쯤 더 있군요.
글을 작성하는데 들이는 시간이 너무나 빠듯해서 블로그에 올라오는게 늦는게 안습 그 자체입니다만.(먼산)
이번 글을 읽은 것은 잼프 콘서트 가면서 심심풀이로 읽을 거리가 필요해서 챙겨갔었는데, 잼프 콘서트를 보고 나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읽었습니다. 너무나 잠이 안오더군요(....) 역시 2층이라 편하게 피로감도 덜했고(...)

(덧. 저 안의 인물들을 다 알아보신다면 그대도 노땅... ㅇㅈㄴ)
바틀비 이야기는 우리에게 '백경(흰 고래, 원제는 Moby Dick)'으로 잘 알려진 인물, 허먼 멜빌의 단편작입니다. 1
분량도 그렇게 길지 않아 부담없이 볼 수 있습니다만, 내용에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면이 많지요.
간략하게 이야기 소개를 하면 주인공은 월 가에서 사무실을 연 변호사이고, 자신의 필경사(글을 베껴적는 직업을 하던 이들, 복사기가 없던 시절에는 손으로 베껴적는 수 밖에는 없었으니까요)들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새로이 필경사를 뽑는데, 이가 바틀비이며, 그는 지극히 성실하고 온순한 사람이었으나, 한 가지 기행을 보입니다. 그것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면서 필사 외의 작업을 거부한다는 점.
그로 인해서 주인공과 다른 필경사들은 당황하고, 어느센가 바틀비를 '필경만 하는'존재로 놔둡니다.
그러나 그 이후 바틀비는 필경사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사무실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무엇을 말하든, 지시하든 간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는 말밖에 하지 않습니다.
이후에 이야기가 좀 더 있습니다만, 그것은 본편을 읽으실 분들의 재미로 남겨 두겠습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당혹감을 주는 요소는 바틀비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애매모호한 태도 때문입니다.
우리는 삶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바틀비는 이 선택을 '포기'하고, 어느 것도 '고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요. 이 소설을 소개해주신 선생님은 이 선택을 프란츠 카프카의 '돌연한 출발'같이 생각하시는데, 이 작품을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듯 하여 인용합니다.(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은 작품이라...)
나는 내 말을 마구간에서 꺼내어 오라고 명했다. 하인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몸소 마구간으로 들어가 말에 안장을 얹고 올라탔다. 먼 데서 트럼펫 소리가 들려오기에 나는 하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영문을 몰랐다. 그 소리조차 듣지 못했던 것이다. 대문에서 그가 나를 가로막으며 물었다. »어딜 가시나이까? 주인나리« »모른다« 내가 대답했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나 내처 간다, 그래야만 나의 목표에 다다를 수 있노라« »그렇다면 나리의 목표를 알고 계시는 거지요?« 그가 물었다. »그렇다« 내가 대답했다. »내가 ›여기를 떠난다‹고 했으렸다. 그것이 나의 목표이니라« »나리께서는 양식도 준비하지 않으셨는데요« 그가 말했다. »나에게 그 따위 것은 필요없다« 내가 말했다. »여행이 워낙 길 터이니 도중에 무얼 얻지 못한다면, 나는 필경 굶어 죽고 말 것이다. 양식을 마련해 가봐야 양식이 이 몸을 구하지는 못하지. 실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야말로 다시없이 정말 굉장한 여행이란 것이다«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주인의 태도와, 바틀비의 태도의 차이가 보이지 않으리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의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같은 태도를 보입니다. '그 누구도 하려 하지 않는 시도를 하는 것'. 주인은 돌연히 어디론가 출발하고, 바틀비는 모든 것을 거부합니다. 그것이 바틀비가 필경사가 되기 전의 직장에서 받은 영향이라 할지라도, 그렇다 하더라도 바틀비는 분명히 모든 것을 거부하는, 선택하지 않으려는 3의 선택지만을 고집합니다. 세간에서 보자면 청개구리 정신이라고도 하겠지요. 그러나 바틀비의 선택은 하나의 '돌연한 선택'이며, 그렇기에 가치 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우리는 자신의 의지로 선택했다고 생각한 수많은 결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정말로 '나의 의사로 결정한 일인가'라고 한다면, 우리는 주변의 수많은 상황까지 고려하면서 그 결정을 내린 겁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고려했던 수많은 상황은 우리가 그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는 일종의 권력일수도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바틀비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면서 자신에게 개입하는 힘들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 결과 바틀비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억압에서 벗어난 그는 충분히 멋지게 살다 간 영웅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항유'이며, '소극적 자유를 벗어난 적극적 자유의 실천'이니까요. 다만 바틀비가 그 과정에서 행했던 많은 민폐들은 눈쌀이 찌푸려질 수 밖에 없지만요.
바틀비에 대해서 찬사를 늘어놨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바틀비가 못마땅하게 보입니다.
저도 일단은 속물(...)이고, 미묘하게 보수쪽에 가까운 사람인지라 그의 행동에서 가장 납득하지 못할 것은, 그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를 절대 자신의 입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상식 선에서는 하기 싫은 이유정도는 말해주어야 다른 사람들도 '아, 그렇구나'하고 존중하거나,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바틀비는 이 모든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 단편을 읽으면서 바틀비가 [떼쓰는 아이]로 밖에 비치지 않았습니다.
징징대는 초글링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그저 민폐만 끼치는 악영향의 온상이 아닌가.
작가의 의도라 할지라도, 책을 읽고 이해하는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기 그지 없지요.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니, 어느 산골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무녀도 아니고(...) 보면 볼수록 당혹감을 느끼는 세계입니다. '그러고 싶지 않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바틀비. 우리는 과연 그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칭송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을 거부하고, 세계와 단절되려고 하는 '이물질'에 가까운 그를, 우리의 상식이라는 틀로 과연 쉽사리 이해할 수 있.을.까.요?
멜빌에 이어 실존주의에서도 이런 문제를 조금 다루긴 했습니다. 까뮈의 '이방인'에서 말하는 주인공은, 너무나도 세계의 상식에서 단절되어, 흡사 '자신이 그 속에 있으나 그 속에서 소외된' 이야기를 보여주니까요. 시간이 되면 샤르트르가 쓴 소설도 읽어봐야겠는데....
당장 마르크스 공개강연 때문에 마르크스 관련 책만 3권 읽어야 할 처지입니다. 물론 들으러 가는 겁니다만, 질문하려면 그 내용을 알기는 해야겠지요. 세계를 바꾼 3대 지식인중 한명이니(....) 그리고 그 다음에는 쇼펜하우어의 인생론과 감정노동을 읽어야 됩니다 ㅇㅈㄴ 그 외에 일하면서 취미로 읽는 모 역사책도 한권 있는지라....
이러쿵 저러쿵 하나 다음 책 이야기는 베스트셀러인 [그 책]이 되겠군요. 왜 그따위 책이 베스트셀러인지 아직도 이해는 안갑니다만..........
- 모비딕 하면 원피스의 흰수염 해적단의 모함을 생각하지만, 흰 고래 모비딕이 먼저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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